
AI가 내 일자리를 빼앗을 거라는 불안, 한 번쯤 느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직장인의 약 23%만이 자신의 일에 몰입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출처: Gallup). 저는 이 수치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좀 당황했습니다. AI 이전부터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에서 의미를 못 찾고 있었던 거라면, 문제의 본질이 기술이 아닐 수도 있겠다 싶었기 때문입니다.
AI 시대, 판단력이 콘텐츠 전략을 가른다
제가 직접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퀄리티와 반응이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처음에는 영상 완성도에 집착했습니다. 편집 시간을 늘리고 썸네일을 다듬고 음질을 개선했습니다. 그런데 반응은 기대와 달랐습니다.
전환점은 시청 지속률(Average View Duration)을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부터였습니다. 시청 지속률이란 영상 전체 길이 대비 시청자가 실제로 머문 시간의 비율을 말합니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유튜브 알고리즘이 해당 영상을 더 많이 추천해 줍니다. 수면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만들면서 '좋은 음악'보다 '끄지 않는 음악'에 집중하게 된 것도 이 지표 때문이었습니다.
같은 AI 도구를 써도 결과가 달라지는 것도 결국 이 판단 기준에서 비롯됩니다. 반복 소비 구조(Repeat Consumption Loop)를 설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가 여기서 갈립니다. 반복 소비 구조란 시청자가 한 번 보고 끝나는 게 아니라, 같은 콘텐츠를 다시 찾아오거나 연속 재생하는 패턴을 의도적으로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AI를 콘텐츠 제작에 활용하는 사람들을 보면 크게 두 유형으로 나뉩니다.
- 결과물의 양을 늘리는 데 집중하는 사람
- 어떤 결과물이 반응을 만드는지 기준을 세우고 실험하는 사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AI를 처음 쓰기 시작할 때 저는 전자에 가까웠습니다. 더 많이 만들면 더 많이 노출된다는 단순한 논리로 접근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명확해진 것은, 양보다 실험의 설계 방식이 성과를 결정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어떤 콘텐츠는 조회수가 10배 이상 차이 났는데, 그 차이는 AI 활용 여부가 아니라 판단 기준의 차이였습니다.
실행력은 반복보다 의도적 설계에서 나온다
코비 브라이언트가 이미 우승을 여러 번 차지한 뒤에도 하킴 올라주원을 찾아가 포스트 기술을 배운 이야기는 단순한 성실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의도적 연습(Deliberate Practice)의 사례입니다. 여기서 의도적 연습이란 자신의 약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그것을 개선하기 위한 훈련을 설계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냥 많이 연습하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저도 한동안 '매일 뭔가 만들면 실력이 는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반복 자체가 아니라, 반복 안에서 무엇을 측정하고 어떤 변수를 바꾸는지가 성장을 결정했습니다. 아직 저도 실험을 의도적으로 설계하는 단계까지는 완전히 올라오지 못했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늦은 시작이 반드시 불리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2025년까지 전 세계에서 약 8500만 개의 일자리가 자동화로 대체되는 동시에 9700만 개의 새로운 직무가 생겨날 것으로 전망됩니다(출처: World Economic Forum). 없어지는 숫자보다 생겨나는 숫자가 더 많다는 것, 이 사실은 어느 시점에 시작하느냐보다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AI가 실질적으로 격차를 만드는 지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프롬프트 엔지니어링(Prompt Engineering): 같은 AI 도구에서 더 정밀한 결과를 끌어내는 질문 설계 능력. 쉽게 말해 AI에게 어떻게 물어보느냐입니다.
- 피드백 루프(Feedback Loop): 결과를 보고 다음 실험을 수정하는 사이클의 속도와 밀도. 빠르고 잦을수록 학습이 가속됩니다.
- 도메인 지식(Domain Knowledge): 특정 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 AI가 만들어 준 결과물의 좋고 나쁨을 구별할 수 있는 기준이 바로 이것입니다.
이 세 가지 중 AI가 대체하기 가장 어려운 것은 도메인 지식입니다. 기술은 누구나 접근할 수 있지만, 어떤 분야에 오랫동안 몰입하면서 쌓인 판단 기준은 쉽게 복제되지 않습니다.
결국 AI 시대에 살아남는 사람은 기술을 가장 빨리 배우는 사람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 생각에는 자기 분야에서 좋은 결과와 나쁜 결과를 구별하는 감각을 가진 사람, 그리고 그 감각을 기준으로 AI를 계속 실험하는 사람이 격차를 만들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당장 완벽한 설계가 없어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실험을 멈추지 않는 것, 그리고 데이터를 보면서 기준을 조금씩 다듬어 가는 것입니다.
[출처]
"앞으로 10년, 90%는 사라집니다." AI 시대 이렇게 생존하세요. | Bill Gurley, 전설적인 실리콘 밸리 투자자
https://www.youtube.com/watch?v=t-6uTBSEz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