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 있는 사람이 왜 먼저 무너질까요? 15년 넘게 합기도를 해오면서 저는 이 질문을 수없이 마주쳤습니다. 처음부터 뛰어난 사람보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사람이 결국 더 멀리 가는 장면을 반복해서 목격했습니다. 그리고 그 답이 결국 기술이 아니라 마음의 방향에 있다는 걸, 90년을 살아온 경영자의 이야기에서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마음가짐이 성격을 만든다는 말, 진짜일까
일반적으로 성격은 타고나는 것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합기도 도장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다 보면, 처음에는 소심하고 겁이 많던 아이가 몇 년 지나 가장 당당한 수련생이 되는 경우를 꽤 봤습니다. 반대로 처음엔 당차고 실력도 빠르게 늘던 아이가 조금 힘들어지면 바로 그만두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 차이를 심리학에서는 그릿(Grit)으로 설명합니다. 그릿이란 장기적인 목표를 향해 열정과 인내를 유지하는 심리적 역량으로, 단순한 의지력과는 구별되는 개념입니다. 미국 심리학자 앤절라 더크워스의 연구에 따르면, 성취를 예측하는 데 있어 IQ나 재능보다 그릿이 더 강한 변수로 나타났습니다(출처: 앤절라 더크워스 연구 공식 사이트).
결국 수면 위로 보이는 성격이나 행동 방식은 마음가짐이라는 뿌리에서 비롯된다는 이야기인데, 저는 이게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특수부대에서 극한 훈련을 받을 때도 비슷한 장면을 봤습니다. 체력이 뛰어난 사람이 먼저 포기하고, 평범해 보이던 사람이 끝까지 버티는 상황이 실제로 존재했습니다. 그 차이는 정말로 체력이 아니라 상황을 받아들이는 태도에 있었습니다.
동기의 방향이 지속가능성을 결정한다
저는 콘텐츠를 만들면서 한 가지 패턴을 반복해서 보게 됩니다. 조회수나 수익만을 목표로 시작한 사람들은 초반에 성과가 나지 않으면 금방 지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라고 출발한 사람들은 느리더라도 훨씬 오래갑니다.
이것은 내재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와 외재적 동기(Extrinsic Motivation)의 차이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내재적 동기란 외부 보상이 아닌 활동 자체에서 즐거움과 의미를 찾는 동기를 말하고, 외재적 동기는 돈, 명예, 타인의 인정 같은 외부 요인에 의해 움직이는 동기를 뜻합니다. 자기 결정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을 제안한 심리학자 에드워드 데시와 리처드 라이언의 연구에 따르면, 내재적 동기로 행동할 때 창의성과 지속성이 모두 높아집니다(출처: Self-Determination Theory 공식 사이트).
교세라 창업 초기에도 비슷한 전환이 있었습니다. "내 기술을 실현하겠다"는 개인적 목적에서 "직원들의 삶을 지켜주겠다"는 타인을 향한 동기로 방향이 바뀌었을 때, 회사가 실질적으로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는 이 이론과 정확히 맞아떨어집니다. 저 역시 경제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역설적으로 가장 오래 지속할 수 있었던 건, 합기도와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외부 보상과 무관한 의미를 느꼈기 때문이라고 지금은 생각합니다.
동기의 방향을 점검할 때 확인해야 할 핵심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 보상이 없어도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가
- 내가 이 일로 누구의 삶에 어떤 변화를 주고 싶은가
- 단기 성과가 없을 때도 계속 움직이게 만드는 이유가 있는가
기세가 실력보다 먼저다
솔직히 이건 처음 들었을 때 좀 의심스러웠습니다.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기세가 무슨 의미가 있냐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합기도 대련에서도, 특수부대 훈련에서도, 지금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제가 직접 경험해 보니 기세는 실력을 끌어내는 전제조건에 가깝습니다.
기세(氣勢)란 어떤 목표를 향해 흔들리지 않고 전진하는 심리적 운동량을 말합니다. 스포츠 심리학에서는 이를 멘털 터프니스(Mental Toughness)로 정의하는데, 여기서 멘털 터프니스란 역경과 압박 속에서도 최적의 수행 능력을 유지하는 심리적 자원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강한 척하는 태도와는 다릅니다.
IBM의 까다로운 품질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7개월간 밤샘 작업을 반복했던 교세라의 이야기에서, 결국 그 팀을 움직이게 한 건 기술력의 우위가 아니라 "반드시 해낸다"는 집단적 기세였습니다. 제가 도장에서 아이들에게 가르치면서 가장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순간, 그게 진짜 시작이다." 그 말을 제 자신에게도 지금 이 시기에 계속 되뇌고 있습니다.
재난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연습
재난이 닥치면 빨리 극복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그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저항을 멈추는 겁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수용 기반 대처(Acceptance-Based Coping)라고 부릅니다. 수용 기반 대처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맞서 싸우는 대신,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그 위에서 행동을 선택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수용전념치료(ACT: 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에서도 핵심 원리로 다루는 개념입니다.
저도 경제적으로 정말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 시간을 돌이켜보면, 상황을 바꾸려고 발버둥 치던 때보다 "이게 지금 내 현실이구나"라고 받아들인 이후부터 오히려 생각이 맑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운동하고, 아이들과 함께하고, 사람들과 진심으로 이야기를 나눴던 그 시간이 경제적으로는 가장 빈약했지만, 마음의 밀도는 가장 높았던 때였습니다.
반대로 행운이 찾아왔을 때는 겸손함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잘 될 때 사람이 무너진다는 건 역설처럼 들리지만, 실제로 성공 후 태도가 흐트러진 사람들을 도장 안팎에서 꽤 봐왔기 때문에 부정하기가 어렵습니다. 성공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것 역시 마음가짐 훈련의 연장선이라고 봅니다.
90년을 살아온 경영자의 이야기가 결국 가리키는 방향은 하나입니다. 오래 살아남는 힘은 화려한 전략이 아니라 흔들리지 않는 내면에서 나온다는 것입니다. 저도 지금 새로운 방향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이 원칙을 자주 꺼내 보게 됩니다. 단기 성과보다 마음의 방향을 먼저 점검하는 것, 지금 이 시기에 저에게 가장 필요한 태도입니다.